마이크론은 숫자보다 직관적 투자가 필요
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업체
D램 매출비중 70%, 그러나 최근 고정가격 하락으로 고점대비 주가 반토막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수요 확대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
마이크론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이은 메모리 반도체 3위 기업이다. SK 하이닉스와 마찬가지로 전체 매출의 약 70% 정도가 D램에서 나온다. 2017년부터 이어진 클라우드 수요 급증과 가상화폐 등장에 따른 고성능 PC수요 확대로 D램 수요가 폭발하면서 지난 2년간 마이크론 주식은 약 6배 급등하였다. 하지만 최근 미중 무역전쟁 불확실성에 따른 투자 축소와 가상화폐 시장의 침체로 D램 수요가 급감하면서 주가가 고점대비 거의 50% 하락하였다. 마이크론은 시장내 3위 업체로 다른 1,2위 업체보다 업황에 따른 주가 변동폭이 훨씬 크다. 업황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면 주가가 먼저 급등하고 업황이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면 주가가 먼저 급락한다. 실제로 지난 고점은 실적이 정점에 도달하기 전인 2018년 5월에 기록했다는 점에서 약 6개월 선행성을 가진다고 보면 될 듯 하다.
마이크론의 2018년 주당 순이익(EPS)은 $11.95로 어제 종가기준 PER이 3이다. PER만 놓고 보면 전세계에서 가장 저평가된 종목이다. 다만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와 마찬가지로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특성상 대규모 투자를 지속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일부 할인은 타당하다고 본다. 올해 월가의 주당 순이익 예상치 $7.94로 대입해봐도 PER이 4정도 밖에 안된다. 시장은 아마도 D램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 것 같다. 나 또한 올해 연말쯤 혹은 내년초나 되어서야 D램의 의미있는 반등이 나올 것으로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론을 투자대상으로서 주의 깊게 봐야 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첫째는 메모리 업황 자체의 변화 때문이다. 메모리 반도체가 사이클을 타는 가장 큰 이유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3사 과점 상태의 제품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수요가 늘거나 줄어든다고 해서 공급을 적시에 늘리기 어렵다. 최근 D램 가격 하락으로 3개 회사 모두 투자를 줄이고 있다. 이것은 나중에 5G로 넘어가는 스마트폰 교체 수요, 미중 무역전쟁 완화에 따른 데이터 센터 투자 확대, 자율 주행차 등 새로운 제품의 등장으로 수요가 다시 늘어났을 때 가격 폭등의 원인이 된다. 올해 급격히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중국의 경기부양책이 속도를 내고 있고, 미국은 금리인상을 멈췄으며, 미중은 무역합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이 맞물리며 효과를 낼 때쯤 다시 메모리 사이클이 살아날 가능성이 크고 그때 가장 큰 혜택은 마이크론이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의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감소를 예상하는 기관들의 투자보고서에 너무 몰입되지 말자. 그들은 과거에 수도 없이 틀렸다.
두번째 이유는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시장 진입 어려움이다. 사실 메모리 3사 독점 체계가 되면서 이 시장에 들어오고 싶어하는 업체는 많았지만 초기 투자비용이 과다하고 (수십조원) 그렇게 투자해도 이미 기술력 차이가 상당한 3개 회사와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어려워 더이상 진입하는 업체가 없었다. 하지만 중국은 막대한 자금력과 풍부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상당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 시장에서는 늘 중국의 움직임을 주시했었다. 그런데 얼마전 미국이 자국의 안보를 이유로 중국 메모리 업체 푸젠친화 그룹에 미국 장비업체들의 수출을 불허하면서 스텝이 꼬이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양쯔메모리, 푸젠친화 모두 생각보다 상업적 수율에 도달이 늦어지면서 점점 더 시장 공급에 영향을 주기 어려워 지고 있다. 왜냐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기존 3사의 미세 공정화 진행으로 경쟁력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소한 향후 2년간은 중국발 공급과잉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마지막 마이크론에 대한 투자 포인트는 지속적인 재무건전성 향상과 이를 바탕으로 한 주주친화 정책이다. 2019년 1분기 실적발표 자료를 보면 마이크론은 한 때 부채비율이 270%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막대한 영업이익으로 현재는 부채비율이 57%에 불과하다.
올해 실적 전망이 예년보다는 못하지만 여전히 상당한 영업이익을 거둘 것이기 때문에 현금흐름은 꾸준히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러한 튼튼한 재무 건전성을 바탕으로 향후 1~2년간 약 100억달러에 달하는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미 1분기에 18억달러를 소비했다. (시총의 3.5%) 잔여 금액을 모두 투입한다고 가정하면 현재 시총기준으로 약 20%에 달하는 유통주식이 사라진다. 매우 강력한 주주환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시장이 안좋을 때 저렴한 가격에 주식수를 줄여놓으면 다시 시장이 좋아졌을 때는 주가 상승의 강력한 부스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당장 이 주식을 사기에는 시장 환경이 좋지 않지만 개인적으로 $25이하에서는 한번 매수해 볼만하다는 생각이다. 타이밍을 기다려보자.